등산화 최영도  (Homepage) 2019-09-25(수) 17:45:40, 3749

산을 자주 찾는 편이다 보니 세 켤레의 등산화를 돌려가며 신고 있다. 엊그제는 제일 왼쪽편 등산화를 신고 등산을 갔다가 하산길에 미끄러졌다. 집에 와서 바닥을 살펴보니 바닥이 많이 닳아 있었다. 위쪽 가죽은 멀쩡한데 바닥이 많이 닳아 있어 밑창갈이를 부탁하려고 신발을 씻으면서 이상한 현상을 발견하게 되었다. 신발은 오른쪽과 왼쪽을 같이 착용해 왔는데 밑창도 그렇고 깔창도 그렇고 왼쪽 신발이 유독 많이 닳아 있었다. 다른 등산화들도 살펴 보니 하나는 구입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았고, 또 한 켤레는 두번째 밑창갈이를 한지가 얼마 되지 않아 큰 차이를 느낄 수는 없었지만 둘 다 왼쪽 밑창이 조금 더 많이 닳아 있었다. 나는 `오른발 잡이` 이다. 그런데 왜 `오른발 잡이`인 나의 왼쪽 신발이 더 빨리 닳는 것일까? 잠시 생각해 보았다. 오른발 잡이인 내가 공을 찰 때는 왼발로 차는 것 보다는 오른 발로 찰 때 더 멀리 더 정확하게 보낼 수가 있다. `오른 발을 더 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은 외발서기를 했을 때 오른발 보다는 왼발이 내 몸의 중심을 더 잘 지탱해 주기 때문에 가능하다는 말이다. 산을 오르내릴 때 내 몸의 안정을 잘 취하기 위하여 나도 모르게 내 몸의 무게중심을 왼쪽 발에 더 많이 실으며 걸었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라는 말로 이해되었다. 오른발이 자유롭게 활동하기 위해서 드러나지 않게 왼발이 치른 수고가 더 많았으며 그로 인해 왼쪽 신발이 더 많이 닳게 되었다고 이해하게 되었다. 왼발(左足)과 오른발(右足)의 역할과 조화를 생각하다 보니 좌익(左翼)과 우익(右翼)이 다같이 존중받는 세상을 꿈꾸며 `새는 좌 우의 날개로 난다.`라는 저서를 남기신 리영희 교수님이 떠올랐다. 세상에는 좌와 우, 진보와 보수의 역할과 조화가 중요하다. 건강한 사회는 진보와 보수 간에 서로 존중하고 동행하는 동반자로서의 관계를 잘 유지하는 사회이다. 그런데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좌도 진정한 우도, 진정한 보수도 진정한 진보도 없는 기득권과 비(非)기득권으로만 나누어 져 있는 비정상적인 사회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를 표면에서 이끌어 가고 있는 두 세력은 보수가 아니면서 보수라는 이름만 빌린 `사이비 보수 기득권 세력`과 진보가 아니면서 진보라는 이름만 빌린 `사이비 진보 기득권 세력` 뿐이다. 개발독재주의파에 뿌리를 내리고 자라온 `사이비 보수 기득권 세력`과 이들에게 맞서면서 공생내지는 기생해온 `사이비 진보 기득권 세력`인 저항독재주의파 기득권 세력 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는 이 두 양극 집단 간의 공생을 위한 피비린내 나는 싸움판이 거의 매일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런 양 극단의 기득권 세력들과 이익을 공유하고 있는 온갖 기득권 언론 매체들은 싸움판 불구경을 좋아하는 대다수 국민들의 기호에 맞춰 자기와 이익을 같이 하는 집단의 대변자를 전문해설자로 모셔 앉혀놓은 채 하루 종일 두 집단 간의 싸움판을 생방송으로 중계 해대고 있다. 이런 싸움판 실황 중계방송에 빠져버린 대부분의 국민들은 국민행복은 안중에도 없는 이 양 극 이기적 집단이 펼쳐대는 패자 없는 진흙탕 싸움에 휘말려 진정한 보수와 진정한 진보의 가치도 모른 채 그들 기득권 집단의 이익을 위한 자기들만의 공생 싸움에 박수와 야유를 보내면서 자신도 모르는 가운데 그들의 편가르기 패거리 정치 강물에 휩쓸려 그냥 떠내려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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