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자화와 달맞이꽃 최영도  (Homepage) 2022-09-06(화) 07:54:18, 1920

☞ 겹삼잎국화(여름, 노랑) 어린 시절 우리 집 우물가 장독대 뒤편에 노란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지금도 이 꽃을 볼 때면 어린 시절 고향생각에 가슴이 먹먹해지곤 한다. 내가 이 꽃을 너무 좋아하다 보니 이 꽃이 피는 여름철이면 우물가 장독대 옆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터가 되곤 했다. 이런 내 모습이 귀엽고 애처로웠든지 이웃집 할머니 한 분이 내게 이 꽃의 이름이 ‘연자화(燕子花)’라고 가르쳐 주셨다. 그 때부터 나는 그 꽃을 연자화라 부르며 더 사랑하게 되었다. 그 이후로도 시골길을 지나치다 이 꽃을 대할라치면 연자화라 부르며 그 시절 그 감동을 떠올리곤 했다. 그러다 내 나이 얼추 오십이 되어 ☞ 교육사랑 산행을 시작하고 꽃 이름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꽃 사진 아래 꽃 이름을 달아주려고 검색창에서 연자화를 찾아보니 지금은 거의 사라지고 없는 ‘제비붓꽃(燕子花)’이란 전혀 다른 보라색 꽃의 한자꽃말이 ‘연자화(燕子花)’란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제비붓꽃(燕子花) (봄, 자주, 보라) 아마 이 할머니도 어린 시절 노랑붓꽃이나 노랑꽃창포를 연자화로 잘못 알고 계시던 또 다른 어른으로부터 들어서 잘못 알게 된 게 아닐까 추정해본다. ☞ 노랑꽃창포(봄, 노랑) 어린 시절부터 사십여 년 이상 내가 잘못 불러주었던 ‘연자화(燕子花)’의 바른 이름이 ‘겹삼잎국화’란 걸 훗날 알게 된 것이다. 그런데 지금도 겹삼잎국화라는 바른 이름을 불러줄 때 보다는 연자화라는 잘못된 이름을 떠올릴 때가 더 설레인다. 고등학교 2학년 봄날이었다. 내가 다니던 교회에 조성권목사님께서 새로 부임해 오셨다. 오실 때 전임교회인 송도교회에서 달맞이꽃씨를 가져왔다며 화단에 꽃씨를 뿌리셨고 그 해 여름이 되자 온 화단에 달맞이꽃들로 풍요로웠다. ☞ 달맞이꽃(여름, 노랑) 이 꽃은 달맞이꽃이란 이름에 걸맞게 낮에는 시들시들하다가 밤이 되면 하양과 분홍의 꽃들이 층층으로 생생하게 피어오르고 그 꽃에서 뿜어내는 향기는 은은한 코코아 향이었다. 매일 밤 교회마당에 동네 청소년들이 모여 앉아 ‘얼마나 기다리다 꽃이 됐나~’ 달맞이꽃 노래를 읊조리며 낭만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 꽃의 이름도 ☞ 교육사랑 산행이 시작되면서 달맞이꽃이 아니라 ‘바람에 몸을 실으며 날개 짓하듯 흔들리는 풀꽃’이란 뜻의 풍접초(風蝶草)가 바른 이름이란 걸 알게 되었다. ☞ 풍접초(족두리꽃)(여름, 하양, 분홍) 삼십여 년 이상을 다른 이름으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마 목사님께서도 누군가에게 잘못된 이름을 전해 받으셨고 또 우리들에게 바른 이름보다 더 낭만적인 달맞이꽃의 추억을 선물하실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런데 지금도 진짜 달맞이꽃 보다는 가짜 달맞이꽃인 풍접초를 대할 때 그날 그 밤의 추억과 낭만 속으로 더 쉽게 빠져들 게 된다. 지금도 시골길이나 산길을 걷다가 이 두 꽃을 대하게 될 때면 발걸음을 멈추고 그 시절 그 추억을 떠올려보곤 한다. 오랫동안 잘못된 이름을 부르면서도 아직 그 감동을 잊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잠시 생각해 보게 된다. 풍접초나 겹삼잎국화는 많은 사람들로부터 귀하게 대접받는 꽃이 아니다. 돈이 안 되는 꽃이라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상품화 되어 눈에 잘 띄는 진열대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꽃이 아니라 시골 길가나 약간 한적한 동네 마당에서 가끔씩 눈에 띄는 꽃이다. 그런 꽃이다 보니 상품화를 위해 본래 꽃의 모습을 좀 더 예쁘게 좀 더 예쁘게 개량시킬 필요를 못 느꼈을 것이고, 그런 이유로 그 꽃은 옛 모습을 그대로 잘 간직할 수 있게 되었을 것이고, 그 시절 그 기억들을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꽃으로 그 자리 그대로 남아 있게 된 게 아닐까? 이름이나 자리나 껍데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이 중요한 것이란 걸 느낄 수 있게 해 주는 꽃이라서 지금도 내 마음 깊은 곳에 감동으로 자리하고 있는 꽃인 것 같다. 요즘 우리 주변엔 상품화, 조직화, 거대화로 인해 본질을 잃어 가는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것 같다. 예수님과 부처님이 상품화 되어 버린 지 오래인 것 같고, 교회와 사찰이 너무 거대화, 조직화 되어 버린 것 같다. 독재에 시달리던 국민들에게 희망이 되었던 민주투사나 순수했던 각종 시민단체들까지도 정치집단들처럼 조직화, 거대화, 이권화, 상품화 되어 버리고, 정치권으로 들어서는 길목이 되어버린 것 같아 정말 아쉽다. 연자화가 아닌 연자화와 달맞이꽃이 아닌 달맞이꽃을 볼 때마다 종교와 정치와 사상 그리고 시민단체들까지도 상품화, 거대화, 조직화 되어버린 오늘이 참 슬프게 다가온다!

로그인을 하셔야 코멘트(덧글)을 쓰실 수 있습니다.

이전글 :	[천풍농원(상황버섯 재배 및 판매) 홍보] 76학번 이종완 주...
다음글 :	숲속의 자본주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