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에타 최영도  (Homepage) 2012-09-15(토) 19:15:51, 9873

`피에타`가 제69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황금사자상(최우수작품상)을 수상했다기에 영화관을 찾았습니다. 피에타를 보기 위해 간 게 아니라 김기덕이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여 그를 뵈러 다녀왔습니다. 피에타를 통해 처음 뵌 김기덕님은 세상에 흩어져 있는 삶의 조각들을 은유적으로 잘 표현해 내어 한 편의 아름다운 서정시를 만드는 시인이 아니라 거친 삶을 직설적으로 뱉어내는 독설가 같은 분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래서 그 분의 영화가 그동안 흥행에 실패했던 것 같았고, 앞으로도 흥행에는 그리 크게 성공할 수 없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피에타의 첫 장면은 사람의 죽음으로 시작됩니다. 피에타의 끝장면도 사람의 죽음으로 끝맺습니다. 중간에도 사람이 죽습니다. 그리고 닭과 장어와 토끼의 죽음도 연상할 수 있는 장면들이 영화에 나옵니다. 영화가 온통 죽음의 아픔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은 닭을 죽여 치킨이라 부르기도 하고, 오꾸닭이라 부르기도 하고, 백숙이라 부르기도 하면서 맛있게 먹습니다. 살아있는 닭을 죽여야 하는 끔직한 장면을 거쳐야 맛있게 우리 입에 들어올 수 있습니다. 그러나 닭을 먹는 우리는 그러한 죽음의 장면을 외면하고, 그냥 맛있게 먹는 데만 길들여져 있습니다. 약육강식의 생존법칙에 익숙해진 인간의 관점에서만 보기 때문에 닭의 아픔을 읽어 내지 못하고 혀 끝에 와닿는 달콤하고 매콤한 닭의 고기 맛만 즐기는 것입니다. 병아리를 품속에 품어 기르는 어미 닭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떨까요? 금권만능 세상이 되어 버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인간과 인간 사이에 돈의 약육강식 생존법칙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강자는 약자의 아픔을 외면한 채 더욱 잔인해져 가고 있습니다. 대기업주라는 정말 많이 가진 사람들이, 변변하게 가지지 못한 사람들이 골목에서 구멍가게 하나 조차도 꾸려가지 못하도록 강탈해 가고 있지만 누구도 막아주지 못하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여겨지는 잔인한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휠체어를 탄 스님이 누군가 들어 주지 않으면 담 너머 세상을 바라보지 못하듯이 인간이 닭의 아픔을 헤아리지 못하고 그 맛만 즐기듯이 가진 자들이 빼앗긴 자들의 아픔을 직시하지 못하고 계속 더 빼앗고 빼앗는 세상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런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요? 그 출발점은 빼앗긴 자들의 아픔이 빼앗은 사람의 아픔이 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내가 빼앗는 사람의 어미가 되어, 빼앗긴 사람의 아픔이 어떠했던지 그 아픔을 그도 느낄 수 있도록 나를 바치는 것입니다. `피에타`는 세련되지 못한 김기덕 감독이 금권만능 세상이 되어버린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 던지는 강렬한 경고의 메세지입니다! 신이시여, 빼앗은 자도 빼앗긴 자도 모두가 아파야만 하는 이런 잔인한 세상을 하루 빨리 거두어 주시고, 서로 나눌 줄 아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자비를 베풀어 주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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