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띄지 않는 손길 최영도  (Homepage) 2012-11-03(토) 05:37:26, 10009

10여년 전의 글입니다. 수원 삼성과 부산 현대의 아디다스컵 결승 경기를 관전하기 위해 오랜만에 축구경기장을 찾았습니다. 대부분의 운동경기가 그러하지만 특히 축구경기는 경기장이 넓고 작전이 다양하여 TV시청을 통해 공을 가진 선수들만의 움직임을 보고서는 경기 내용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힘든 종목입니다. 그리고 경기장에 직접 가서도 공을 가진 선수들의 움직임에만 눈길을 주게 되면, TV시청과 별 차이를 느낄 수 없는 종목이기도합니다. 그래서 축구선수에게는 당연히 전체 경기를 읽는 넓은 시야가 요구되지만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도 시야가 넓은 만큼 축구의 묘미를  더 느낄 수 있는 경기입니다. 그런 이유로 저는 야구경기장은 거의 찾지 않지만 축구경기장은 한번씩 직접 찾는 편입니다. 그리고 경기 내내 공과 가장 먼 거리에서 움직이고 있는 선수들의 몸놀림에도 시선을 주면서 경기를 관전합니다. 눈에 쉽게 띄는 공을 가진 선수들의 움직임보다는 눈에 쉽게 띄지는 않지만 공이 오기 전에 미리 준비하는 공을 갖지 않은 반대편 선수들의 움직임이 그 날의 승부를 결정하는데 더 많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오랜만에 찾은 경기장이라 다른 때보다도 더욱 열심히 공이 없는 공간에 시선을 주면서 관전하다 보니 경기외적인 다른 여러 모습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경기 시간 내내 경기는 보지 않고 관중 쪽으로 향하고 있는 경찰과 경호요원들, 선수들에게 음료수를 제공하기 위해 터치라인 곁에 음료수 병을 나르고 있는 손길, 언제 자기에게 출전 기회가 주어지게 될지도 모르면서 계속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대기선수들의 몸푸는 장면 이런 모습들을 보다보니 또 다른 생각도 스쳐지나갔습니다. 이 순간에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이 경기를 위해서 잔디를 보살핀 손길이 있었을 것이며, 라인을 그은 손길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관중이 다 빠져나간 어지럽혀진 관중석을 말끔히 치우는 눈에 띄지 않는 손길이 있기에 경기가 계속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눈에 띄지 않는 많은 분들의 수고 덕분에 관객들은 스타선수들의 멋진 활약상을 바라보면서 열광하게 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이 좁은 운동장에서의 축구경기가 그러할 진데 보다 넓은 일상의 공간에서 펼쳐지고 있는 우리들의 삶은 더욱 더 그러하지 않을까요? 눈에 쉽게 띄지 못하는 작은 손길까지도 소중하게 담아내는 따뜻한 세상을 위하여 눈을 더 크게 뜨고 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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