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나는 행복한가? 최영도  (Homepage) 2013-03-14(목) 07:51:39, 9601

저 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 예쁜 전원주택 아름다운 테라스에 앉아 자연을 바라보면서 한 잔의 차를 드는 여유로운 모습을 동경해 오던 한 부부가 꿈을 이루기 위해 맞벌이로 열심히 일했습니다. 드디어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성공한 부부는 평소 꿈꾸어 오던 그런 멋진 집에 가정부까지 거느리며 만족할만한 생활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 출근하여 중요한 서류를 빠뜨리고 왔다는 것을 알게 된 남편이 서류를 가지러 다시 집에 들렀습니다. 집에 와보니 가정부가 아름다운 테라스에 앉아 여유롭게 차를 마시고 있었습니다. 순간, 집 주인은 생각했습니다. `우리가 평생 꿈꾸어 오던 이 행복을 우리 집 가정부는 매일 누리면서 살아오고 있었구나! 나는 과연 그동안 누구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이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살아왔단 말인가?` 깊은 회의에 빠졌다는 웃지 못할 얘기가 있습니다. 2013년 3월, 드디어 명퇴 1년, 1년 간의 백수생활이 꿈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늘도 아침을 비우는 둥 마는 둥 바쁘게 집을 나선 아내와 딸을 미안하게 떠올리며 한 잔의 커피를 여유롭게 마십니다. 그리고 간단한 집안 일을 마친 후 길동무란 이름으로 새 일터인 근교산 답사 길에 느긋하게 나섭니다. 산길을 걸으며 생각합니다. 지난 30여 년간 매일 새벽 5시 30분이면 어둠을 헤치며 학교로 향하던 기계적 습관적이던 지난 시절을 떠올려봅니다. 저만 그렇게 치열하게 살아온 것이 아닙니다. 우리들은 너나없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직 초등학교도 다니지 않는 어린아이들이 배짱이와 개미 이야기의 감동을 되새기며 유치원과 학원을 전전하며 바쁘게 사는데 길들여 지고 있습니다. 그런 아이들이 초ㆍ중ㆍ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더 좋은 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밤 잠까지 설쳐가며 전쟁같은 입시에 온 몸을 불사르고 있습니다. 그렇게 치열했던 입시 전쟁에서 살아 남은 아이들은 취업이라는 더 큰 전투에 참전하게 됩니다. 이 전투에서도 승리한 전쟁 영웅은 당당한 개선장군으로 금의환향 하는 것이 아니라 진급이라는 더 치열한 전투에 또 참전하게 됩니다. 공부, 진학, 취업, 진급, 성공, 자식, 손주...... 온갖 미래가 다람쥐 쳇바퀴 돌듯 나의 현재를 피곤하게 만듭니다. 아직 `미래`라는 단어의 의미도 모르는 어린아이 때부터 우리는 `미래`라는 굴레를 둘러 쓴 채, 현재의 행복을 기약없는 전당포에 맡기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왜? `나`라는 개체가 현존할 수 있게 된 이유는 어쩌면 먼 옛날부터의 나의 조상이 미래의 노예로 잘 적응해 주었기 때문일 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오늘의 우리는 미래를 준비하는 유전자를 모두 갖고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 인간들은 살아 있는 동안의 미래에 대한 준비 만으로도 부족하여 죽음 이후의 미래까지 준비하기 위해 종교도 믿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정녕 신이 인간을 창조한 것일까? 미래에 대한 강박관념 때문에 인간이 오히려 신을 창조한 것은 아닐까? 자신에게 물어 보십시오! 지금 나는 행복한가? 인간이 사람으로만 살아가려 하는데도 지금처럼 이렇게 바쁘고 힘들게 살아갈 수 밖에 없는 것일까? 미래에는 걱정과 근심이 없는 지상 낙원 같은 곳에서 인간 이상으로 살아야 겠다는 헛된 욕심 때문에 평생 인간 이하로 살아 가고 있는 우리는 아닐까? 내 삶의 눈높이를 조금 내려 놓아도 `미래의 노예 상태`에서 해방될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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