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봉 20m 최영도  (Homepage) 2013-05-14(화) 13:43:58, 10026

가덕도 천성마을과 대항마을 사이 고갯마루에서 연대봉을 향해 비탈진 능선길을 얼추 30분 쯤 오르면 만나게 되는 이정표입니다. 이 지점 쯤에 이르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힘들어 하실 것을 미리 알고, 마지막 힘이 샘솟게 하려고 적어둔 희망의 메세지 `연대봉 20m`입니다. 제가 이 이정표를 처음 만났을 때는 연대봉에서 천성마을로 하산할 때였습니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연대봉으로 오르는 사람들의 입에서 내뱉는 말의 대부분은 `20m 밖에 안남았다 캤는데 20m가 와이리 기노?`라는 말이었습니다. 무슨 말인지 몰랐는데 좀 더 내려와 이정표를 보고서야 알았습니다. `여기서 연대봉까지 200여m는 될 것 같은데,,,,, 잘못 표기된 이정표 같구나!` 강서구청 담당자님께 알려드리려고 사진을 찍어 두고 계속 하산하였습니다. 집에 와서 사진을 정리하다 보니 `연대봉 20M` 아래 `사실은 200m....` 혼자서 한참 웃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가덕도 갈맷길 답사 기간 중 십여 차례나 이 이정표 앞을 다시 지나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마다 근처에 사람들이 보이면 반응을 알아 보기 위해 근처를 서성이며 귀를 귀울여 보았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욌네, 20m 밖에 안 남았네!` 제가 그랬던 것처럼 이정표를 끝까지 읽어보는 사람들을 만나보지 못했습니다. 왜 사람들이 이정표를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것일까? 요즘 산에 이정표가 넘쳐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깊은 산속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정말 어렵게 만난 이정표 같으면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읽고 또 읽어볼 텐데... 갈림길이 아닌 곳에서도 흔하게 볼 수 있는 이정표가 되다 보니 요즘 사람들은 이정표를 건성으로 대하는데 익숙해 진 것 같습니다. 온 산에 이정표가 넘쳐나듯 오늘날 우리 사회에 온갖 정보가 흘러 넘치고 있습니다. 정보화 시대란 말은 옛말이 되었고, 정보 과잉시대, 정보 홍수사태라고 합니다. 학교가 아닌 학원이나 인터넷에 학문에 관한 정보가 더 많이 늘려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학생들도 이제는 학교를 건성으로 다니는 시대가 되어버렸습니다. 넘쳐나는 정보로 인해 우리가 접해야할 정보가 너무 많아졌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긴 정보를 세세하게 다 읽어 보지 않고 간단한 제목만 보거나 한두 줄의 메세지만 읽는데 더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이제는 긴 내용을 서로 나누는 홈페이지나 카페나 블로그 보다는 한두 줄 소식을 전하는 sns를 통한 간단한 메세지 교환이 더 번성하고 있습니다. 너무 많은 정보를 일일이 체크할 수 없어 대충대충 제목만 대하는 경우가 많다보니, 각종 인터넷 매체들은 정보에 지친 이런 현대인들의 특성을 겨냥하여 낚시성 제목의 정보들을 생산해 내는데 최선을 다하며 `껍데기 세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사람에 관한 정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일이 겪어보고, 사겨보고, 평가할 시간이 없습니다. 직업이나 학력같은 이력과 외모로 사람을 대충 평가하는데 익숙해져 버렸습니다. 각종 영상 매체들은 시청률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외모지상주의의 뿌리를 내리며 `껍데기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중매체들의 공로에 힘입어 우리 대한민국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성형수술 1위의 나라가 되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앞서가는 `껍데기 공화국`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서로가 서로의 내면이 아닌 빈껍데기만 만지작거리면서 외롭게 외롭게 죽어가고 있다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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