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배추 김치 최영도  (Homepage) 2013-05-29(수) 09:23:38, 10090

어제 오후 비가 그친 후, 찬거리를 구입하러 집 앞 재래시장을 찾았다. 단배추가 두 단에 단돈 1천원! 조금 덜 싱싱한 것 같은 겉이파리는 데쳐서 시레기용으로 냉동실에 넣어두고 나머지는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오늘 아침 양념장으로 치대어 김치를 담았다. 큰 통 하나에 다 담을 수가 없어 두 통에 나눠 담았다. 양념 값이 더 들어 갔겠지만 단 돈 천원에 싱싱한 김치가 두 통이라! 김치를 냉장고에 넣어 두고 나니 정말 큰 일을 이룬 것처럼 뿌듯하고 행복했다. 설거지를 마치고 커피를 한 잔 마시는데, `내가 이렇게 행복해 할 수 있게 된 건 단배추 농사를 지은 농부의 불행 때문이 아닐까?`란 생각이 밀려온다. 단 돈 천원에 배추 두 단이 내 손에 들려지는 순간, 그 농부의 손에는 무엇이 쥐어질 수 있었을까? 분노의 빈 주먹만 쥐어 지지 않았을까? 세상은 이렇게 다른 입장에 처해 있는 사람들끼리 모여 사는 곳이다. 요즘 언론과 정치권에는 온통 `갑을` 논쟁 뿐인 것 같다. 특히 정치권의 행태가 정말 꼴불견이다. 그동안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자기들에게 정치자금을 제공하던 갑의 편만 들어왔던 사람들이다. 그런데 최근에 세상이 조금 투명해 지면서 갑에게서 흘러 들어오던 돈줄이 많이 잘려버렸다. 이제는 갑이든 을이든 정치자금을 주지 않는다. 갑보다 을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애초부터 국민의 행복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는 집단인 정치권은 누구의 편이 되는 것이 자신들에게 더 유리할까? 표가 많은 을의 편이 되는 것이 본인들의 이익이고, 한편으론 약한자를 돕는 정의의 사자처럼 보일 수도 있어 여러가지 면에서 이익이 된다는 손익계산서에 따라 여야가 갑자기 을의 편인양 호들갑을 떨고 있다. 스트레스 받지 않는 응원 구호 중에 이런 구호가 있다! `이기는 편, 이겨라!, 이기는 편, 이겨라!` 이렇게 응원하면 언제나 내가 응원하는 편이 이기게 되어있다. 그런데 힘 없는 사람들의 힘이 되어 주어서 치우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데 힘써야할 정치권의 응원 구호가 예전이나 지금이나 `힘 있는 놈, 이겨라!, 표 많은 놈, 이겨라!` 이렇게 외쳐대고 있으니, `국민 행복 시대`는 아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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