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제거 최영도  (Homepage) 2013-06-06(목) 20:20:52, 9704

보라빛 예쁜 꽃은 소래풀 이고, 노란색 예쁜 꽃은 돼지감자 꽃입니다. 산길을 다니다 알게 된 예쁜 꽃을 집 주변에서도 보고 싶은 욕심에 씨앗과 뿌리를 구해 우리 아파트 화단에 심었습니다. 소래풀 씨앗은 작년 가을에 심어 올 봄에 꽃을 피웠습니다. 소래풀 꽃이 떨어진 자리에 맺힌 씨앗이 여물어 가고 있어 다음 주 쯤 씨앗을 받아야지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돼지감자는 이제 키가 60~70cm 쯤 자라게 되어, `한두 달 뒤면 꽃을 볼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집을 드나들 때마다 화단에 사랑의 눈길을 주며 지나쳤습니다. 그런데 오늘 엘리베이터를 타고 집을 나서는데 우리 아파트 부녀회원님들의 활동상황을 알리는 `잡초 제거` 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보였습니다. `혹시나 꽃이 없는 이 꽃들을 잡초인 줄 알고 베어 버렸으면 어쩌지!` 우려 섞인 눈으로 화단을 둘러보니 역시나 ....... 군데 군데 잡초는 잘 살아 있는데, 꽃이 없는 소래풀도 돼지감자도, 또 한 곳에는 제가 심은 것은 아니지만 국화까지 몽땅 뽑혀버렸습니다. 부녀 회원님들의 자발적인 봉사활동이 되다 보니 전문가의 사전 교육도 없이 그냥 회원님들 개개인의 눈높이에 맞춰 열심히 활동을 하신 것 같았습니다. 아뿔사 이름표라도 하나 붙여둘 걸...... 무거운 발걸음을 돌리며 생각해 보았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게 된 것일까? 제가 어렸을 때는 꽃을 볼 수 있는 화단이 학교나 관공서, 또는 교회나 사찰 정도가 전부였던 것 같고, 꽃의 종류도 채송화, 나팔꽃, 해바라기, 맨드라미, 분꽃, 사루비아 등으로 몇 종류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온 거리에 꽃들이 넘쳐 나고 있습니다. 꽃이 흘러 넘치는 이 새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어떻게 꽃을 더 모를 수 있단 말일까? 옛 사람들은 자연 속에서 꽃을 꽃으로 대할 수 있었기 때문에 꽃이 피기 이전의 꽃모습을 한참 바라 본 후에야 잠시 꽃을 볼 수 있었고, 꽃이 지고난 후 추한 모습도 한 참을 보고 난 후 꽃씨를 받아 또 뿌리곤했습니다. 꽃을 보기위해 씨앗이란 가능성과 잎과 줄기라는 과정을 거쳐 꽃이라는 결과까지 한눈에 다 볼 수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을 사는 우리들은 꽃이라는 상품만 대하며 살게 되어 버린 것입니다. 꽃이 피면 화단에 잠시 심어두고 보다가 그 꽃이 지면 또 다른 꽃으로 갈아 심기만하면 됩니다. 이제 꽃이 없는 꽃은 꽃이 아닌 시대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나의 지난 32년간의 교직 생활은 꽃이 아닌 가능성의 씨앗과 노오란 새싹과 튼튼한 줄기를 기르는 일이었는데 엊그제 우리 부녀회원님들이 잡초를 제거한다며 꽃을 열심히 뽑아 버렸듯이, 내가 나의 눈높이만 고집하며 우리 학생들의 꿈과 가능성을 싹뚝 잘라버린 적은 없었을까? 만약 그런 일이 있었다면, 저 돼지감자가 꽃을 피울 수 없게 되었듯이 그 제자도 어디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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