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릉도 여행 최영도  (Homepage) 2013-06-23(일) 20:58:28, 10381

위 사진의 파란 점선은 현재 울릉도 정기노선이 운항 중인 뱃길 사진입니다. 인구 1만여 명이 살고 있는 울릉도에는 우리 육지와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태하항을 비롯하여 일본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도동항 등 9개의 항구가 있습니다. 이 9개의 항구 중 매일 정기여객선이 닿는 곳은 우리와 가장 먼 거리에 있으며 태평양을 향하고 있어 파도가 가장 센 곳인 도동항 한 곳 뿐입니다. 비정기선이 어쩌다 한번씩 도동항 바로 옆에 있는 사동항이나 저동항에 닿기도 하지만 여름 성수기 하루 5천여명의 관광객들은 좁디 좁은 항구 도동항으로만 쏟아져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런 북새통 항구에 도로는 왕복 2차선밖에 되지않아 호젓할 것 같은 외딴 섬 을릉도를 찾는 여행객들은 배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도시보다 휠씬 더 복잡한 울릉도에 크게 실망하고 맙니다. 거기에다가 주민수 1만여 명의 섬에 하루 5천여 명의 관광객들이 쏟아져 들어오다 보니 숙소도 턱없이 부족하고, 각종 물가들은 육지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비쌉니다. 이렇게 좋지 않은 울릉도의 첫인상은 울릉도의 이곳 저곳을 여행하는 동안 아름다운 자연경관들을 통해 조금씩 조금씩 잊혀지게됩니다. 그러나 다시 육지로 돌아나오는 도동항에서의 마지막 북새통 전쟁을 한번 더 치루고 나면 다시는 찾고 싶지 않은 악몽의 섬이란 기억을 간직한 채 일상으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울릉도 여행입니다. 왜 울릉도가 이렇게 되었을까요? 아마 그 시작점은 일제강점기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일본이 을릉도를 관리하기 위해 일본과 가장 가까운 곳인 이 곳 도동에 항구를 건설하고, 행정기관들을 지어 관리를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해방을 맞이하였지만 이승만 정권은 작은 섬 울릉도에까지 관심을 가질만한 여력이 없었고, 박정희 정부가 들어서면서 울릉도에 투자가 이루어지기 시작하였습니다. 발전소를 건설하고, 항구도 넓히고, 학교도 짓고, 도로도 건설하고,...., 많은 투자가 이뤄졌지만 효율적인 투자를 위하여 기존에 가장 발달되어 있던 이 곳 도동을 중심으로 울릉도를 발전시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편리하고도 윤택한 생활을 추구하려는 사람들은 도동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곳에 살아야 전기 혜택도 받을 수 있고, 학교도 다닐 수 있고, 약방도 있고, 물건을 팔고 사기도 편하고, 외지 관광객들도 당연히 가장 큰 항구인 이곳으로만 입출항이 가능하였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장사를 할 사람들은 더욱 이 곳으로 몰려오게 되어 자그마한 이 동네에 울릉도 주민의 40%가 거주하면서 생업을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땅값이 치솟아 현재 도동항 상권 땅들은 한평에 2,500만원을 주어도 살 땅이 없을 정도의 기형적인 섬으로 전락하게 되고 만 것입니다. 이런 기형적인 울릉도의 모습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주 산업인 관광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동으로만 집중되어 있는 정기노선을 육지와도 더 가깝고, 파도도 잔잔한 항구인 현포항이나 학포항 등 도동항 반대편 항구로도 정기노선을 분산 운항하는 것이 해결점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관광수입으로 배를 불린 도동의 기득권 세력들에 뿌리를 박고 있는 정치권이나 정책입안가들이 이런 울릉도의 기형적인 모습을 개선시키는 일에 관심이 없을 뿐만 아니라 기득권 보호를 위해 울릉도의 균형발전을 도리어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울릉도 문제가 남의 얘기가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랑하는 내 조국 대한민국이 울릉도 보다 더 심한 기형의 나라가 되고 말았습니다. 수도권 지역에 우리 인구의 50%가 몰려 살게 되었습니다. 무슨 장사를 하더라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장을 펼쳐야 장사가 잘됩니다. 학원 사업도, 의료사업도, 외식사업도..........., 수도권에서 장을 펼쳐야 성공확률이 높습니다. 모든 산업들이 이곳으로 몰려오다보니 이 곳에 살아야 집 근처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펼쳐집니다. 그러다보니 더 많은 사람들이 수도권으로 몰려옵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 인구의 50% 이상이 수도권에 몰려 살며 부를 축척하게 되었고, 기득권을 형성하게 된 것입니다. 울릉도의 기득권에 뿌리를 둔 세력들이 도동항 외에 다른 항을 개발할 수 없도록 방해하듯이, 수도 지역 기득권에 뿌리를 두고 있는 정치권과 정책입안자들이 수도권 외에는 동남권이든 서남권이든 국제공항의 개발을 탐탁스럽게 여기지 않고 있습니다. 노무현 정부에서 추진했던 수도 이전도 수도 지역 기득권에 뿌리를 둔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이 `서울이 수도이다,`라는 말도 되지 않는 관습법 논리를 끌어들여 수도 이전을 위헌으로 처리하고 말았습니다. 할 수 없이 행정수도가 아닌 행정도시라는 특별법을 통과시켜 세종특별자치시로 승격된 것이 7월 1일이면 일주년이 됩니다. 그런데 서울에 생활의 근거지를 두고 있는 기득세력들은 아직 불평 불만이 가득한 것 같습니다. 새누리당 이상일 의원에 따르면 "정부세종청사의 좌장인 총리가 지난 5월말까지 세종시에서 온전히 근무한 날은 겨우 6일에 불과하다"고 밝혔습니다. 울릉도와 대한민국에 나타나고 있는 이런 기형적인 지역발전의 모습을 털어내고, 대한민국 모든 지역이 균형적으로 발전하고, 우리 사회의 갑과 을이 동반성장하여 우리 국민 모두가 행복해 할 수 있는 성숙한 시민사회를 열어가기 위해 가진 자들이 조금 양보하면서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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