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30원 최영도  (Homepage) 2013-10-07(월) 18:30:44, 9580

오늘 아침, 세탁물을 꺼내다 바닥에서 30원을 발견하였다. 어제 저녁 마트에 갔다가 포장봉투를 반납하고 돌려 받은 돈이다. 평소에는 영수증에 -30이란 숫자로 돌려받곤했는데, 어제는 종업원의 실수로 현금으로 돌려받게 된 동전이다. 그동안 가상의 숫자로 돌려받았을 땐 돈처럼 느껴졌었는데, 현상의 돈으로 돌려받게 되자 돈처럼 느껴지지가 않아 그냥 호주머니에 넣어 두었다가 새탁물에 딸려 들어갔던 모양이다. 1980년, 내 생애 첫 봉급은 노란 봉투에 현금으로 받았다. 그러다 언제부턴가 통장에 숫자로 봉급을 받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봉급을 받고도 받지 않은 것 같았던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이제는 숫자로 받아야 받은 것 같고, 현금으로 받으면 뭔지 불편하고 찝찝할 만큼 가상의 세계에 익숙해져 버린 것이다. 얼마전 홀로 산을 찾았다가 하산하여 곱창전골 집에 들른 적이 있다. 몇 명이냐고 물어서 혼자라고 말했더니 1인분은 팔지 않는다고 했다. 손님이 손님으로 보이지 않고 돈으로 보였기 때문일 것 같았다. 경찰청 발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5년간 발생한 존속살해 범죄건수는 총 287건으로 지난 5년간 부모를 살해하는 범죄가 일주일에 한 번꼴로 발생했다.`고 한다. 이제는 부모도 부모로 보이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꿈을 현실로 만들려는 현대과학의 노력들이 편리와 효율만을 추구하게 되면서 현상과 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한 편의 막장 드라마를 찍어 내게 된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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