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13 최영도  (Homepage) 2015-04-03(금) 09:42:08, 7074

교직을 떠나 길동무 일을 시작한 지 어느새 3년, 그동안 `산애(愛) 산애(愛) 가는 길` 코너에 소개한 동네 산길이 120여 개에 이르렀다. 하나의 코스를 소개하는데 8~9일 정도 소요되었다는 말이다. 남들이 알아주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산악인들이 볼 때는 산이라 부르지도 않을 이름없는 산길 안내를 위해 내 시간의 가장 많은 부분을 산길 답사에 쏟아붓고 있다. 남들이 거들떠 보지도 않을 이렇게 하찮은 일을 계속해서 하고 있는 이유를 곰곰히 생각해 보았다. 하나 - 남과 비교할 줄 모르는 무딘 마음 때문이다. 허영호, 고상돈, 엄홍길 님 등이 다녀오신 히말라야의 업적과 제가 다녀온 동네 뒷산과 비교해볼 생각조차 갖지 못한 나의 무딤 때문이다. 그들이 다녀오신 세계 초고봉과 우리 동네 뒷산의 수준 차를 계산하며 이 산과 저 산의 높낮이나 유명도를 저울질 했다면 보잘 것 없는 일이란 생각에 기록으로 남길 엄두를 내지 못했을 것이다. 산에 대한 무식함이나 천진함이 아니었더라면 `산애(愛) 산애(愛) 가는 길` 코너는 만들어 지지 않았거나 벌써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된다. 하나 - 나의 필요를 내가 채워주고 있을 뿐이다. 동네 뒷산에도 무수히 많은 산길이 있다. 버스나 지하철은 어디에서 내려야 하며 어느 골목길을 지나야 들머리길이 나타나고, 어디로 하산해야 대중교통과 수월히 연결되는 날머리길이 나타날 수 있을까? 산을 찾기 전에 이곳 저곳 산길 안내 코너들을 여러 곳 검색해 보지만 맘에 쏙 드는 산길 안내를 쉽게 만나볼 수 없었다. 그래 내가 이 일을 해야겠다. 나의 필요를 내가 채워줄 수 밖에 없구나! 오늘도 이름없는 산길을 읽으러 집을 나서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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