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에세이] 리우올림픽, 잊힌 마라톤 그리고 권태하 /권오륜 김현섭  (Homepage) 2016-08-05(금) 13:34:15, 6371

위 사진을 클릭하면 국제신문 기사를 바로 볼 수 있습니다. 한국시간으로 6일 아침, 제31회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이 화려한 개막식과 함께 17일간의 열전에 돌입한다. 대회 사상 최초로 남미 대륙에서 열리는 이번 올림픽은 지카 바이러스의 위험성, 개최국 브라질의 악화된 경제 사정과 경기장 시설의 준비 부족 문제로 국제사회의 우려를 자아냈다. 또 국내에서는 '마린보이' 박태환의 출전 논란과 '도마의 신' 양학선의 출전 포기 등 개막 전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하지만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스포츠의 위업을 잇기 위해 최선의 준비를 다한 총 24개 종목 333명의 우리 선수단은 이제 결전의 날을 맞이했다. 혹시 독자들께서는 '올림픽-일장기-베를린-마라톤'과 관련된 우리나라 선수가 누구인지 아시는가? 그렇다. 손기정 선수! 일제식민지 치하에 있던 1936년 제11회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종목에서 일장기를 달고 출전한 손기정은 당시 2시간29분19초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하면서 우리 민족혼을 일깨운 주인공이다. 그의 뒤를 이어 1947년 서윤복이 보스톤 마라톤에서 우승했고, 1950년 같은 대회에서는 함기용·송길윤·최윤칠이 각각 1·2·3위에 입상해 마라톤 강국의 기치를 높였다. 이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 때 황영조의 금메달, 1996년 아틀랜타올림픽 때 이봉주의 은메달로 이어졌다. 그런데 베를린올림픽 4년 전인 1932년 로스앤젤레스(LA)올림픽 마라톤에서 한국인 최초로 참가해 9위의 성적을 거둔 권태하(1906~1971) 선수의 존재에 대해서는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는 손기정 선수를 베를린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길러낸 지도자였다. 1906년 충주에서 태어나 1932년 일본 메이지대학을 졸업한 권태하는 그해 7월 LA올림픽에서 같은 종목의 김은배, 복싱의 황을수 선수와 함께 한국인 최초로 올림픽에 출전해 2시간42분52초를 기록했다. 그는 비록 9위에 머물렀지만 경기 도중 함께 출전했던 일본 선수가 자신의 '페이스 메이커'를 하라며 강요한 부당한 지시와 압력에 굴복하지 않음으로써 일제강점기 조선인의 기개를 지켰다. 특히 골인 지점을 앞두고 의식을 잃었지만 초인적인 힘과 불굴의 정신력으로 끝까지 완주해 당시 외신의 극찬을 받았다. 권태하는 LA올림픽 이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1년간 유학하며 마라톤 지도자로서의 능력과 안목을 키웠다. 이를 계기로,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 출전한 손기정·남승룡 두 선수의 현지 컨디션 조절과 훈련을 도와 이들이 우승과 3위에 입상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권태하는 손기정·남승룡이 1분 동안 184, 185회의 보조(걸음 수)로 달렸다는 데이터를 수집할 정도로 치밀한 훈련전략을 가진 지도자였다. 이처럼 그는 당대 최고의 마라톤 선수이자 지도자였으며 또한 스포츠과학자였다. 이번 리우올림픽에서 우리나라는 금메달 10개 획득과 종합 10위 입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금메달 유망 종목과 선수들이 잇따라 소개되고 있지만 마라톤에 관한 이야기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한때 민족의 얼을 대변했던 마라톤의 영광이 슬프게도 우리의 관심에서 멀어진 지 오래다. 한국은 이번 올림픽 마라톤에 심종섭(한국전력) 손명준(삼성전자)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다. 대회 마지막 날 폐회식 직전에 벌어지는 마라톤에서 우리 선수들의 선전을 기대하며 권태하 선생이 남긴 글로 응원의 메시지를 전한다. '육신의 고통으로 의식이 불명할 정도에 이르도록 노력하여 자기의 실력을 전적으로 발휘하는 백절불굴(百折不屈)의 정신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우리 선수들의 주법(走法)을 검토-에서 발췌. 조선일보 1937년 4월 10일 자 3면) 부산대 스포츠과학부 권오륜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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