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나 정치나 최영도  (Homepage) 2013-11-29(금) 20:26:58, 9087

방금 제 1 회 영도표 김장행사가 끝났습니다. 그동안 장모님께서 김장을 하실 때 부분적으로 도와드렸던 적은 몇 번 있었지만 재료 준비부터 보관에 이르기까지 전체를 제가 주도하기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동안에는 밥상에 오른 김치를 먹으며 `맛이 있다. 없다.`로만 느꼈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김치가 그렇게 단순하게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젓갈만해도 멸치액젓, 까나리액젓, 새우젓, 멸치 우린 국물 등 가족들의 식성을 고려하며 하나 하나 챙기게 되었습니다. 생새우, 과일즙, 양파즙, 생강즙, 홍고추즙, 갓, 무, 청각, 굴, 호래기...... 모든 재료를 준비해 놓았지만, 장모님께서 저희 집에 도착하실 때까지 양념 배합은 해두지 않았습니다. 양념까지 다 해두면 장모님께서 더 편하실 수도 있겠지만 소외될 수도 있다는 생각에 재료만 차려두고 기다렸습니다. 여러가지 재료를 준비해 두고 장모님을 기다리며 재료뿐만 아니라 가족들의 기호와 식성 그리고 장모님의 입장과 김장하는 동안 심심해 하실 장인어른까지 배려해야 하는 김치 담는 일이 하나의 종합예술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 아내가 좋아하는 굴김치도 몇 통 담고, 제가 좋아하는 호래기김치도 한 통 담고,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젓갈 냄새 덜 나는 김치도 몇 통 담고......, 가족들의 건강과 행복해 할 표정을 상상하며 김치를 담았습니다. 김장을 하면서 우리 정치인들이 내가 김치 담둣이 정치를 하면 참 좋은 나라가 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내 식성과 내 입장만 생각하며 김치를 담지 않고 가족의 표정을 상상하며 김치를 담듯이 이 나라 정치인들이 자신의 이익과 당리당략을 떠나 국민 행복을 상상하며 정치를 펼칠 날은 언제쯤 올 수 있을까? 김치나 정치나, 다 치자 돌림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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