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동무 10 최영도  (Homepage) 2014-11-14(금) 14:21:19, 8356

오늘도 노숙페이스 배낭(남들이 메면 North Face)을 메고 집을 나섰다. 다른 날과 달리 오늘은 산길 답사 대신 수영강변길을 거닐며 근처에 위치한 몇몇 학교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며칠 전에 있었던 동문체전에 후원만 하고 참석하지 못하신 동문분들께 기념품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시청공원을 지나는데 헝클어진 머리에 배낭을 짊어진 노숙자 행색의 어떤 분과 눈이 마주쳤다. 내게로 다가와 말을 걸었다. “바쁘십니까?” “왜 그러시는데요?” “안바쁘시면 저하고 맥주 한 잔만 하고 가시죠!” “죄송합니다. 오늘은 일이 있어서.....” 가던 길을 가다가 뒤를 돌아보니 나를 바라보고 서 있다가 내가 돌아보자 어디론가 걸어가고 있었다. 교문을 들어서서 교무실이나 교장실을 찾기 위해 두리번 거리자 나를 알지 못하는 학교 관계자 분들의 눈빛이 경계의 눈빛이었다. 대부분의 학교가 다 마찬가지였다. 내 행색이 노숙자나 잡상인 정도로 비쳤기 때문일 것 같았다. 어떤 학교를 나서는데 바로 옆 유치원에서 애들이 나오며 웃는 얼굴로 인사를 건넸다. 나도 반갑게 답례를 해줬다. 세상을 모르는 아이들만 선입견과 편견으로 편을 가르지 않았다. 공원에서 그냥 지나쳤던 그 분의 얼굴이 다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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