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 최영도  (Homepage) 2015-07-16(목) 19:42:35, 7392

☞ 부겐빌레아(봄,여름,가을 자주) 무슨 꽃입니까? 며칠 전, 한 지인께서 스마트 폰으로 한 장의 꽃사진을 보내왔다. 우리 꽃이 아니라서 발음도 어렵고 이름도 길지만 다행히 알고 있던 꽃이라 이름을 알려주었다. 산을 찾지 않던 10여 년 전에는 꽃이름을 전혀 몰랐는데 혼자서 산 길을 자주 찾다보니 눈에 띄는 사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일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산길이나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꽃이름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든든한 스승 `야생화 전문가 모만호 선생님` 덕분에 서툰 솜씨로 한 장 한 장 사진을 찍어 묻고 또 묻다 보니 이제는 모 선생님을 직접 알지 못하는 나의 지인들로부터 내가 질문을 받는 사람이 되게 된 것이다. ☞ `부겐빌레아` 쉽지 않은 이름을 알려주고 나서 잠시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30여년의 교직 생활 중 학생들의 이름을 불러준 적은 거의 없는데...... 이렇게 긴 이름의 꽃이름도 기억했다가 남에게 안내할 수 있는 내가 우리 말 석자밖에 되지 않는 학생 이름은 왜 그리 외우지도 못하고 불러주지도 못했던 것일까? 첫째, 실수를 두려워했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꽃이름은 잘못 불러주어도 꽃이 스스로 느끼지 못하니까 괜찮을 것 같은데 학생 이름을 잘못 부르게 되면 그 학생에게는 제법 큰 상처가 될터인데....... 혹시라도 학생 이름을 잘못 부르게 되는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애써 외면했던 것 같다. 둘째, 편애한다는 오해를 받지 않으려했던 것 같다. 꽃이름을 불러주다 보면 어떤 꽃은 이름이 잘 외워지고 어떤 꽃은 잘 외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학생들의 경우도 특징과 이름이 잘 어울어지면서 쉽게 외워지는 경우가 있는 가 하면 같은 석자의 이름인데도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 경우가 있다. 꽃의 경우는 봉선화를 봉선화라고 불러 준다고 해서 옆에 있는 채송화가 자기 이름도 불러주지 않는다고 시샘하거나 편애한다고 불평을 늘어놓진 않을 것 같다. 그런데 어떤 학생의 이름은 불러주면서 어떤 학생의 이름을 불러주지 못했을 땐 편애라는 오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한 날 한 시에 모든 학생들의 이름을 동시에 다 외울 수도 없고.... 그냥 포기하고 모든 학생의 이름을 다같이 불러주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이 꽃 저 꽃 하나 둘씩 알게 된 이름을 불러주다 보니 이름을 불러주는 일이 이름을 아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그 꽃의 성장과정과 뒷얘기에도 관심을 갖게 되면서 그 꽃을 더욱 사랑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지난 시절 학생들의 이름도 그 이름이 그 이름에서 끝나는 일이 아니었을 텐데............. 산길에서 들꽃을 만날 때마다 그 시절 그 친구들에게 못다 준 사랑을 부끄럽게 떠올리며 김춘수님의 `꽃`을 오물거려 보게 된다. 꽃 - 김춘수(金春洙) -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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