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자연인이다. 최영도  (Homepage) 2016-02-10(수) 12:02:09, 6797

`나는 자연인이다.` 라는 프로를 즐기는 편이다. 내 마음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잠재된 본능을 대리만족시켜줄 수 있어 더욱 더 빠져드는 것 같기도 하다. TV 속 `자연인`에 너무 몰입되어 있는 내 모습을 흔들어 깨워주는 아내와 눈이 마주칠 때면 "여보, 나도 저렇게 살아보면 안될까요?" "안돼요!" 쉬이 승락해 주지 못하는 미안한 맘을 웃음 뒤에 감추며 던져주는 아내의 따뜻한 거절의 한마디에 나홀로 공상에 잠겨본다. 너무 무섭고 외로워서 혼자 살아갈 수 있을까? 무서운 건 적응이 될 수 있을 것도 같은데 외로움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지? 그래서 2016년 첫날부터 내 생활 중에서 일어나고 있는 만남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2016년 1월 1일(금) - 아내, 딸, 장인 장모님, 처남, 처남댁, 조카1, 조카2(8명) 2016년 1월 2일(토) - 아내, 딸, 은숙, 정화, 은희, 성호, 성수, 효경, 숙향(9명) . . 2016년 1월 7일(목) - 아내, 딸(2명) 2016년 1월 8일(금) - 아내, 딸(2명) . . 2016년 1월 27일(수) - 딸(1명) . 2016년 2월 7일(일) - 아내, 아들, 딸, 장인 장모님, 성호, 태윤, 재법이 부부(9명) 신정인 2016년 1월 1일부터 2015년 섣달 그믐날인 2016년 2월 7일까지 38일동안 그날 그날 만났던 사람들을 일일이 기록해 보았다. 하루 생활 중에서 일상적인 대화일지라도 몇 마디 이상 얘기를 나눌 수 있었던 사람들을 헤아려 보았다. 총 255명, 하루 평균 6.7명의 사람들과 몇 마디 이상의 대화를 나눈 셈이다. 매일 매일 만나게 되는 가족들과 주 2회 단체 산행을 가며 자연스럽게 뵙게 되는 분들을 제하고 나면 하루 두세 명 정도의 사람들밖에 만나지 않았다는 얘기다? 38일 중에서 새로운 사람을 소개받아 잠시 대화를 나눠본 사람도 다섯 명에 불과하였다. 그 대화 중에서도 일상에 관한 얘기가 아닌 삶의 내면에 관한 문제에 대해 진지하게 얘기를 주고 받은 기억은 한번도 없다. 하루 생활 중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는 `자연인`이 자기가 키우는 개와 소나무와 하늘과 바람에게 말을 걸어보듯 내 눈 앞을 스쳐지나가는 하루 예닐곱 분의 사람들에게 그냥 말을 걸어보며 살아가고 있는 나도 `자연인`이 아닐까? 하루 하루를 고만고만하게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가 다 외롭디 외로운 `자연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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